지혜,상식,기타2016. 10. 19. 22:00

 

주말이나 주중에 취미삼아 가끔씩 한시(漢詩)를 읽고 있습니다. 

현시대에 느끼는 소회나 과거에 대한 회상, 그리고 앞날에 대한 바램등은

수백년전 선조들이 살며 느꼈던 그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사는 모습은 환경이 조금 변화했을 뿐,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압축된 운율과 절제된 표현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소회를

느껴봄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시의 소재는 주로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이야기들이 당시의 지명이나 산수, 경치들과 함께

등장하는데요?  저는 주로 조선시대의 한시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만,

어떤 한시들은 현재 중국대륙의 지명이나 산수의 이름이 등장하여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주로 등장하는 지명이 강남 (江南) 입니다.

 

< 양자강,  사진자료 출처 : Pixabay >

 

 

 

우리 속담에도 강남 (江南)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강남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온다."

"친구따라 강남간다."

 

 

강남 (江南)은 분명, 양자강 (장강) 이남을 말합니다.

중국대륙에서 보면, 중국대륙의 중심은 서안과 낙양 일원의 지역이었고, 그 지역에서 보면

강남은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명이 우리 한시에 등장한다는 것은 꽤나 의아한 일입니다.

강남이외에도 대륙에 있는 지명들이 등장하는 한시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러한 한시들을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1. 江南曲 (강남)      - 許蘭雪軒 (허난설헌)


人言江南樂     인언강남
我見江南愁     아견강남
年年沙浦口     년년사포구
腸斷望歸舟     장단망귀주
 

사람들은 강남을 즐거운 곳이라 말하지만

나는 강남의 근심을 보았네

해마다 모래벌 포구에서

단장의 이별하고 고향 가는 배를 보았네

 

 

* 허난설헌은 조선중기 사대부가의 여인으로 탁월한 여류시인이었음

 

 

 

 

 

2. (우후차윤상사운)     - 雪竹 (설죽)

 


收     초록강남세우수

洲     어주창만백구주

闊     춘파부동춘천활
流     관악산광벽욕류

 

초록빛 강남에 가랑비 내리고

늦은시간 白洲에 어부노래 들리네

봄물결일지 않고 봄하늘 넓은데

관악산빛 푸르게 흐르려 하네 

 

* 설죽은 조선중기 기녀이자 소실이었음, 강남의 등장만이 아니고 관악산도 등장 !!!

 

 

 

 

 

 

 

3. 別權判書尙愼 (별권판서상신)    - 義州 妓生 (의주기생)


去去平安去      거거평안거​

長長萬里多      장장만리다​

瀟湘無月夜      소상무월야

孤叫雁聲何      고규안성하

 

 

가시는 길 평안히 가시길​

머나 먼 만리 길을

달도 없는 밤 소상강

외로운 기러기 소리를 어찌 들으시려오

 

 

* 소상강 :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의 소수와 상수가 합류되는 지점

 

 

 

 

 

4. 南海 (남해)        - 權鞱 (권도)

 

 

臣罪如山死亦甘      신죄여산사역감

聖恩寬大謫江南      성은관대적강남

臨岐別有無窮恨      임기별유무궁한

慈母時年八十三      자모시년팔십삼

 

 

신의죄 산과 같아 죽어 마땅한데

성은이 너그러워 강남으로 귀양가네

떠남으로 헤어지니 다함없는 한이란

어머니 연세 올해 여든하고 셋이라

 

 * 권도 : 광해군때의 문신

 

 

 

 

 

 

 

 

 

위의 네편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한시들에 대륙의 지명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얻어 들어 적은 지명이 아닌, 적어도 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번쯤 삶에 대해,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던져주는 아주 좋은 한시를 한 수 소개합니다.

 

조선조 불행했던 천재 송익필의 한시입니다.

 

 

 

 

5. 山行 (산행)    弼 (송익필)

 

 

行      산행망좌좌망행     
聲      헐마송음청수성      

去      후아기인선아거      

爭      각귀기지우하쟁     

 

산을 가면서 앉는 것을 잊고 앉으면 가는 것을 잊다가

소나무 그늘에 말을 매어놓고 물소리를 듣네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 갔는가?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는데 또 어찌 다투려 하는가?  
Posted by 인타이어